홍함 영려원, 홍콩 최고의 탄탄면

홍함은 홍콩여행시 잘 들르는 곳은 아니지만 꽤 재미있는 곳.
홍콩 최고의 탄탄면을 이곳 영려원(윙라이윈)에서 맛봤다. 물론 딤섬 종류도 무척 훌륭하다.
매콤하면서도 부드러운 콩국물에 실같은 면발.
홍콩 가이드 서적 중 <홍콩 보물창고>라는 책에도 소개된 곳.
홍함은 버스를 타고 가도 되지만 센트럴이나 완차이에서 페리타고 가는 게 경치도 보고..
배 모양 백화점으로 유명한 왐포아 가든 건너편 황포미식방 건물 2층에 있다.
<홍콩 보물창고>에는 차이란미식방으로 나와있는데 그동안 바뀐듯.
차이란은 '홍콩의 식신'으로 유명한 음식평론가이기도 한데
그가 엄선한 가게들만 모여 있는 식당 건물이라 하여 그런 이름이 붙었었다.
한국에도 종종 왔던 그는 한국음식 중에서는 홍어를 최고로 쳤다고.

건물 바깥과 식당의 입구, 내부.
윙라이윈을 꼭 가보고 싶었던 이유는
이곳이 과거 1947년 티우갱랭(조경령)에서 개업한 곳이기 때문이다.
홍콩 다른 곳에도 지점이 있는 이곳은 가난하고 인적 잘 닿지 않던 그곳에서
사업이 번창해 지금에 이르렀다.
그래서 밥 먹고 티우갱랭도 들렀다.

여긴 티우갱랭인데 사진만 보면 뭔가 싶다. 물론 지하철로도 갈 수 있다.
홍콩 지하철 노선도 거의 오른쪽 끝을 살펴보면 보인다.
티우갱랭은 바로 <열혈남아>에서 장학우의 고향 마을이다.
장학우가 죽기 직전 청부살인 업무를 맡고는 에어콘을 사가지고 고향에 갔는데
이미 딴 남자와 결혼한 엄마는 장학우가 집에 찾아오는 걸 꺼려하고,
그는 에어콘을 바닷가 마을 낭떠러지로 냅다 던져 버린다. 바로 그 촬영지다.
그리고 그를 설득하기 위해 찾아온 유덕화를 따돌리고 몽콕으로 떠난다.  
영화 촬영하던 즈음이 바로 티우갱랭 뉴타운 사업이 발표된 직전이었다.
그래서 이제는 <열혈남아> 영화 속 풍경은 온데간데 없고 아파트촌이 들어섰다.

<열혈남아>를 보면서 참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는데 완전히 변해버렸다.
그런데 나중에 조사해보니 더 재미있는 내용들이 많았다. 
티우갱랭은 중국 내전 당시 대만으로 건너가지 못했던 국민당 병사들이 일군 마을이다.
원래 그들은 홍콩의 이곳저곳에 있었으나 충돌의 요소가 다분했기 때문에
병사를 포함한 국민당 관계자 수만 명을 티우갱랭에 난민수용소를 만들어 거주시켰던 것.
티우갱랭에 이같은 중국 본토 쓰촨식의 탄탄면 가게가 성업했던 것도 다 그런 이유에서다. 

유덕화와 오천련의 그 유명한 <천장지구> 말고(사실 이 영화의 원제목은 <천약유정>)
1993년 유진위 감독이 유우명이라는 가명으로 연출한 유덕화, 오가려 주연의
오리지널 <천장지구>라는 영화가 있는데 그 영화가 바로 티우갱랭에서 촬영됐다.
그 영화를 보면 당시 이곳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정말 멋지다.

그런데 1950년대에 대부분의 티우갱랭 사람들이 대만으로 이주했기에
<열혈남아>의 장학우 등은 딱히 국민당과 관계없는 사람들일 수도 있다.
아니면 정말 홍콩과 화합할 수 없는 인물로서 '구룡 동쪽 티우갱랭의 장학우'로 설정한 것이라면
왕가위는 '구룡 서쪽 란타우섬에서 온 장만옥'과 함께 굉장히 의도적인 캐릭터 설정을 한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정말 왕가위를 새삼 다시 바라보게 됐다.
그 역시 상하이에서 건너 온 본토 사람이라 유덕화를 가운데 두고 그런 애틋한 설정을 했을지도.

또 하나, 이건 확인되지 않은 추측인데
<폴리스 스토리>의 그 유명한 첫 장면, 성룡이 판자촌 집을 싸그리 훑어 내려오는
그 장면을 티우갱랭에서 촬영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개발 시점과 촬영 시점이 겹쳐서이기도 한데
실제로 성룡은 대만을 무척 싫어하기 때문에 그런 섬뜩한 추측을 해봤다.


티우갱랭에서 내려 지하철 한 코스인 야우통역으로 가려다가 본의아니게 산 하나를 넘게 됐다.-_-;
해산물 식당으로 유명한 레이위문의 입구가 야우통인데 괜히 그냥 쉬엄쉬엄
한 코스 걸으려다 무려 3-4시간 트레킹을 하게 됐다.
아니나 다를까 걷다보니 홍콩 중심부를 관통하는 유명 트레킹 코스
윌슨 트레일이 시작되는(혹은 끝나는) 지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오전이었으면 트레킹을 했겠지만 이미 초저녁 6시. 어두운 산에 갇힐 뻔 했다.

야우통역까지 산 하나를 넘다가 저 멀리 바라본 구룡반도와 중심가.
<열혈남아>에서 티우갱랭의 어리고 가난한 장학우가 성공을 꿈꾸며 바라보던
구룡반도가 바로 저런 모습이었을 것이다.
물론 그때는 코앞의 아파트들은 없었을 테지만.

글을 마무리하며 다시 한번 여행상품 광고를.-_-;;;
물론 여기는 안 가지만.


by kinoeyes | 2009/06/15 01:39 | 홍콩 | 트랙백 | 덧글(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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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천약유정 at 2009/06/15 02:03
맞아요 <천장지구>가 원래 <천약유정>이었죠. 주제가 제목도 그랬구요.
말씀하신 <천장지구>는 케이블에서 우연히 본 거 같은데 처음에는 유덕화가 이상한 장발로 나와서 뭔 영화인가 했다가 끝까지 봤던 기억이나네요. 그 마을 풍경이 참 특이했었는데 좋은거 알고 가요....
Commented by kinoeyes at 2009/06/15 14:04
네 그 <천장지구>가 우리나라에는 <천장지구2>로 소개되는 바람에
팬들의 많은 분노를 사기도 했었죠. 하지만 어디서도 보지 못한 풍경이라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Commented at 2009/06/15 02:0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kinoeyes at 2009/06/15 14:05
저 역시 유덕화와 오가려가 함께 나온 영화들을 좋아합니다.
<복수의 만가>는 너무나 좋아하는 작품이고
<용등사해>에서는 오가려가 누나로 나오지만 그것도 재밌고.
Commented at 2009/06/15 02:3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kinoeyes at 2009/06/15 14:07
유덕화가 장학우 기다리면서 선글래스에 담배 피던 모습 죽였죠.
그 벽의 낡은 느낌과 철제 문의 질감하며...
장학우랑 하드 먹으며 화해한 거 같더니 결국 도망치던 장학우.
바로 그 티우갱랭입니다. 그리고 국내 출시 DVD에 익숙하다보니 저 역시
왕걸이 아닌 유덕화 노래가 흐르는 홍콩판 엔딩이...
Commented by 수멜 at 2009/06/16 11:59
열혈남아 다시 봐야겠습니다.
그 장면 저도 기억나요. 어딘지 궁금하진 않았지만 어쨌건 가난하고 불우한 청년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런 이야기가 숨어있을 줄을..감사합니다.
Commented by kinoeyes at 2009/06/16 20:03
어쩌면 장학우의 말투가 달라서 더 왕따를 당했을지도 몰라요.
그 동네 사람들은 전부 보통화를 썼다고 하니까.
Commented at 2009/06/16 12:0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kinoeyes at 2009/06/16 20:05
아직 신청자수는 모릅니다.-_- 망설이지 말고 전화하세요.
Commented by 와사비 at 2009/06/16 18:48
제가 홍콩에서 먹어본 탄탄면보다 훨씬 더 정갈한 느낌이에요.
Commented by kinoeyes at 2009/06/16 20:04
네 면발이 정말 곱고 정갈하기도 했지만 보기와 달리
다른 집보다 좀 덜 매워서 좋기도 했습니다.
Commented at 2009/06/16 18:4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kinoeyes at 2009/06/16 20:05
네 보시다시피 산에서 내려다보며 찍은 겁니다.
노선도만 보면 한 코스인데 걷다보니 저렇게 될 줄이야.
Commented by 정승호 at 2009/06/18 10:37
이영음 게시판에서 소식 봤어요!!
쫌만 더 빨리 알았음 좋았을텐데....
예전 홍콩영화,배우 소개 코너가 그리워요.
못한 배우들도 아직 많이남았는데
Commented by kinoeyes at 2009/06/18 22:01
그럼 이영음 번개는 담주 홍콩에서...
Commented at 2009/06/18 10:3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kinoeyes at 2009/06/18 22:02
저는 모르는 일입니다.-_-
Commented at 2009/06/19 00:4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kinoeyes at 2009/06/19 15:23
하긴 많이 가본 것도 아닌데 마치 다 아는 것처럼 '홍콩 최고'라고 썼네요.-_-
'내 생애 최고'쯤이 정확한 표현입니다. 그리고 저는 빈말을 하지 못합니다.
도움주실 수 있으면 오히려 제가 더 송구스럽죠. 꼭 뵙게 되길.
저는 영어와 광둥어 둘 다 못하니 한국말만 하실 줄 알면 됩니다.-_-;;
Commented by Kris at 2009/07/03 11:02
중고딩시절 장학우를 흠모했던 나는 이런 거 전혀 몰랐음.
역시 행부는 똑똑하구나.
Commented at 2009/07/04 14:50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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